길어진 글이 반드시 충실한 글은 아닙니다
글이 길어지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내용이 실제로 복잡해서 길어지는 경우가 있고, 쓰는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담으려다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의 경우는 독자가 필요로 하는 길이이지만 뒤의 경우는 독자가 결론을 찾기 위해 읽어 내려가야 하는 부담이 됩니다.
한 편의 범위를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글쓴이의 지식이 아니라 독자가 이번 방문에서 해결하려는 과제입니다. 독자는 대개 하나의 질문을 들고 검색창에서 글로 들어옵니다. 그 질문에 답하는 데 직접 필요한 내용은 본문에 두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결정에 영향이 없는 내용은 다른 곳으로 옮기는 편이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됩니다.
질문을 먼저 늘어놓고 행동이 다른 것끼리 나눕니다
범위를 정하는 첫 단계는 메모장 한 장을 펼치고 실제로 받은 문의와 검색에서 짐작되는 질문을 한 줄씩 나열하는 일입니다. 나열한 질문 가운데 독자가 서로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것에 표시를 합니다. 예를 들어 신청을 언제 하는지와 어디서 하는지는 한 번의 흐름 안에서 답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청한 뒤에 내용을 바꾸고 싶을 때의 절차는 시점도, 필요한 화면도 다르므로 따로 떼어 두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렇게 나누는 목적은 글의 개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길어진 설명 속에서 독자가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게 하는 데 있습니다. 질문이 서너 개로 묶이고 그 묶음마다 하나의 결론이 있다면 그 묶음이 한 편의 단위가 됩니다.
숨기면 안 되는 조건은 핵심 절차 가까이에 둡니다
범위를 좁히다 보면 곁가지를 덜어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꼭 필요한 조건까지 빼는 실수가 생깁니다. 신청 방법을 찾는 독자에게는 자격, 제출 경로,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이 먼저 필요합니다. 서비스의 연혁이나 다른 상품과의 비교는 선택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별도 안내로 넘겨도 됩니다.
하지만 예외 조건 때문에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조건을 다른 화면에 넣어 두면 독자는 절차를 모두 마친 뒤에야 신청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핵심 절차와 그 절차를 막을 수 있는 주의 조건은 같은 구역에서 가까이 읽히도록 배치합니다.
덜어낸 내용은 목적이 보이는 링크로 이어 줍니다
범위를 좁히면 빠진 내용으로 가는 길이 필요합니다. 이때 링크 문구가 '자세히 보기'처럼 막연하면 독자는 눌렀을 때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신청한 뒤 내용을 바꾸는 방법'처럼 이동한 뒤에 얻게 될 답을 문구에 적으면 클릭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링크를 걸었다면 대상 글이 최신 내용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연결된 글이 오래된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면 범위를 잘 나눈 효과가 사라집니다. 반대로 원래 글의 핵심 답이 다른 화면을 열어야만 보인다면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은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글이 있다면 두 글을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새 글을 쓰기 전에 이미 같은 주제를 다룬 글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제목과 본문을 나란히 놓았을 때 두 글이 같은 질문에 같은 답을 주고 있다면 새 글을 쓰기보다 오래된 글을 갱신하거나 둘을 합치는 쪽이 낫습니다. 독자가 놓인 상황이 다르다면 그 차이가 도입 문단과 조건 설명에서 분명히 드러나야 합니다.
지역명이나 수식어만 바꾼 문서는 범위가 구분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독자의 시점, 필요한 확인 항목, 제공하는 정보가 달라야 별개의 글로서 의미가 생깁니다.
공개 전 제목만 보여 주고 기대를 물어봅니다
글을 마무리한 뒤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제목만 보여 주고 어떤 내용을 기대하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 본문을 읽게 한 뒤 기대했던 답이 있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추가 질문이 생겨 멈췄는지를 기록합니다. 멈춘 지점은 설명이 부족하거나 범위가 어긋난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설명의 범위는 처음 짜 둔 목차를 지키는 문제가 아닙니다. 한 편이 맡은 질문을 읽는 사람이 끝까지 해결할 수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되돌아보는 문제입니다. 이 점검을 글마다 반복하면 시간이 지나도 각 글의 역할이 선명하게 유지되고, 새 글을 기획할 때 겹치는 주제를 일찍 가려낼 수 있습니다.